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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gle 커리어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느 날처럼 일하던 중이었다. 구글링 중에 궁금하던 내용을 굉장히 잘 정리된 블로그를 발견했다. 포스팅을 작성한 사람을 알아보니, Google에서 근무하는 시니어 개발자였다. ‘역시 Google 개발자는 다르군’ 생각하다가 문득, 개발자로서의 커리어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Google 커리어 이후에는 무엇이 있을까?

Google stall at an event in Germany 🇩🇪.

Google은 개발자 커리어의 정점으로 여겨진다. 회사 명성에 걸맞는 복지와 보상,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동료와 협업하는 경험, 오직 Google만이 가능한 스케일의 제품으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부심까지. Google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개발자가 있을까?

‘나도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고, 그 경력을 레버리지 삼아 그 다음 단계로 타고 타고 넘어가면, 언젠가 Google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럼 Google 다음에는 어디에 가지?’ 하는 생각이 도달했다. Google이 커리어의 정점이라면 그 다음 커리어는 무엇이 되어야 할까? 내려갈 일만 남은 것일까?

왜 일하는가?

랭킹 매기기를 좋아하는 한국식 사고관에 절여진 나는, 커리어 역시 일종의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것만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더 좋은 커리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보다 아래에 있는 나는 부족한 상태이다’, ‘지금의 경력은 다음 회사로 옮길 때 사용할 발판이 될 것이므로, 언제나 resume-ready한 상태의 이력을 관리해야 한다.’

본질적인 질문을 해보자. 왜 일하는가? 가장 좋은 직장(그런 게 있나 싶지만)에 들어가기 위해서? 당연히 아니다.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믿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규모가 아주 작아도, 명성이 하나도 없어도 괜찮다. 가장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 연봉이야 많을수록 좋다지만, 내가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일이라면, 동료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곳이라면 주저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올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가치 있는 일을 하기

그렇게 내가 일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좁힐 수 있었다. 첫째, 가치있다고 믿는 일을 통해 보람을 얻고 싶어서. 둘째, 믿을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얻고 싶어서.

Google 이후의 커리어에는 무엇이 있냐고? 개발이 계속 하고 싶다면 Twitter로 이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온 지구에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전달하는 것 역시 가치있고 보람된 일이다. 스타트업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직접 풀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창업을 해도 좋을 것이다. 식당을 차릴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한 끼를 대접하는 일 역시 가치 있다. 가족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족은 언제나 일보다 우선한다.

요컨대, Google 이후에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치있다고 믿는 일을 이어나가면 된다.

선생님이 되기

그렇다면 무엇이 가치있는 일인가?

여러가지 답이 가능하겠지만, 이 질문에 대한 해답만큼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빌리고자 한다. 바로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영상 8:32).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앞선 이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 대신 시행착오를 겪어준 덕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더 늦기 전에 이를 글로써 보답하고자 한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란 오지 않으므로.

신규 팀의 첫 개발자로 합류해 프로젝트를 셋업하고 개발해나간동안 경험을 글로 공유하고자 한다. 팀과 함께 개발 문화를 정립해 나간 것부터, 도메인 모델을 디자인하고 DB/API 설계해나간 과정을 차근차근 포스팅해보겠다. 일하면서 조금씩 글감을 마련해 놓았지만 최종적인 형태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꿈을 크게 꿔야 덜 이뤄도 여전히 크겠지. 6개월이 지난 이후, 비슷한 상황에 처한 개발자가 블로그의 기록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다시 글쓰기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