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종빈의 마지막 날
설종빈의 영업 마지막 날, 분반 친구들과 설종빈에 앉아 술을 섞어 마시고 괜히 큰 소리로 건배사를 했다. 설종빈이 문을 닫는구나. 내가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아니 내가 사회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그때 어렴풋이 들려오는 설종빈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오랜 친구들과 모여 다시 방문할 것이라, 적어도 설종빈의 마지막은 그렇게 맞이하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설종빈이 문을 닫는데, 우리는 아직도 어린 어른이었다.
설종빈을 빠져나와 편의점 앞에 서서 인생의 허망함 같은 것에 대해 이야기했다. 예전엔 목표를 이루면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이제는 잘 모르겠어.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설종빈이 허망하게 문을 닫은 것처럼 우리가 좇는 인생의 목표도 결국 아무 일도 아닌 허무한 것일 뿐이라고, 다들 말은 안 해도 어렴풋이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우리의 인생이, 이 모든 관계와 이야기, 즐거움, 슬픔, 사랑, 부끄러움 같은 것들이 결국 다 없어지고 잊혀져버린다는 게 공허하고 두려워서, 그냥 그렇게 한참을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