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s my dents in the universe

조카의 100일 잔치에서 유사과학을 느끼다


조카의 100일 잔치에 다녀왔다. 태어난 지 겨우 100일이 된 사람을 본 적이 있나. 100일 된 조카는 안아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작고 가볍다. 심지어 태어난 직후 몸무게가 1주일에 100~200그램이 증가할 정도로 폭풍 성장을 하는 데도 그렇다. ‘핏덩이’라는 표현이 이해가 간다. 내 앞의 한복을 차려입은 저 작은 아이는 형수님의 뱃속에서 나왔다. 뱃속에 있던 아기가 밖으로 나와,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신비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내가 정말 신비롭다고 느끼는 것은, 나 역시 우리 엄마 뱃속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나뿐이 아니라, 이 자리에 서 있는 형과 누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삼남매 몸무게의 합은, 본체(엄마) 몸무게의 3배를 뛰어넘어 4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렇게 작은 엄마의 몸에서 이렇게 덩치 큰 사람들이 나왔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학교 상담실에서 심리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주어진 문장을 읽고 해당 문장에 얼마만큼 동의하는지 표시해야 했다. ‘자신이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매우 그렇지 않음’ 나는 이 문항이 종교나 신비주의에 심취한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문항 쯤으로 생각했다. 내가 우주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냐고? 이거 완전 유사과학 아니냐고. 우주의 기운으로 정신을 씻어내라는 어느 명상 기법이 떠올랐다.

정말로 신비로운 사실은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원자가 실제로 우주에서 왔다는 것이다. 철(Fe)은 건강한 적혈구를 만드는 데 필요하다. 빅뱅 초기에 생성된 수소, 헬륨 원자핵이 핵융합을 통해 철이 되려면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이 필요하다. 자연 상태의 우주에서 이 조건을 만족하는 것은 거대한 별의 내부, 혹은 초신성 폭발 뿐이다. 우리 몸속의 적혈구, 그 속의 철분은 사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한때 별의 일부였음을 나타내는 증거다.

100년, 1000년 전에도 우리의 유전적 조상은 당시의 혈족끼리 모여, 새로 태어난 아이를 축원했을까. 그들의 몸을 구성하던 원자들은 모두 땅으로 돌아가 다른 생명의 양분이 되었고, 우리가 먹는 음식이 되었고, 내 몸을 이루는 원자가 되었다. 이것이 그 문항이 말했던 ‘우주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었나. 고작 태어난 지 100일 된 조카를 보며, 어느새 10명을 훌쩍 넘어버린 우리 가족을 보며, 나는 우주의 신비로움을 느낀다.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즐거운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