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s my dents in the universe

아웃소싱된 삶에 관하여


다니던 게임 회사에 컨지어지 셀이라는 게 있었다. 사내 구성원을 위한 고급 심부름 센터 같은 곳이었는데, 회식 장소 제안부터 가족여행 계획 세우기, 기념일에 꽃다발을 사오는 일까지, 본업에 방해가 되는 일들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회사의 배려다.

21세기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모든 소스코드를 밑바닥부터 직접 작성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 남이 만들어놓은 오픈소스를 가져다가 쓴다. 어느 업계에서는 다른 사람의 작업물이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일이 부끄럽게 여겨지지만, 개발 업계에서는 정반대다. 오히려 ‘바퀴를 재발명하지 말라’는 멋진 말로 직접 개발하지 않을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어느 부분을 아웃소싱할 것이고 어느 부분을 내가 직접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프로그램과 삶 모두에서 중요한 문제다. 프로그램이야 방법이 어찌 되었든 빠르게 돌아가게 만들면 끝이지만, 삶의 문제들은 ‘돌아가는 게’ 전부가 아니어서 그렇다(기념일에 컨시어지셀이 골라준 꽃다발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을까?) 더 나아가서 기념일 꽃다발을 컨시어지에 맡겨서 고르는 사람은, 꽃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경험-선물할 꽃을 고르는 순간-을 스스로 포기해버린 셈이다. ‘상대방을 떠올리며 고민하는 시간이 없던 선물’을 주는 행위는, 그저 쿠팡맨의 역할을 수행한 것과 다르지 않다.

많은 것들이 서비스로 제공되는 시대다. SaaS, PaaS, 요즘엔 결혼식 하객 역할을 대신 수행해주는 FaaS(Friend as a service)도 있다. 삶이 너무 바쁠 때면 흙이 묻은 대파 대신 잘 씻겨진 대파를 사고 싶을 때가 있지만, 인생에 있어서 어느 부분 만큼은 이 경험 자체를 아웃소싱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그 모든 흙을 털어내는 시간과 바퀴를 재발명하는 시간이 모여 우리의 인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