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s my dents in the universe

섬에서 보내는 편지


공기통에 충전기를 연결하고 초록색 ‘시작’ 버튼을 누릅니다. 달달달달 기계 돌아가는 낮은 소리가 침묵을 깹니다. 잠시 기계실의 바깥으로 나와 문을 닫으니, 주변은 다시 조용해집니다. ‘따뜻하다.’ 눈을 감고 늦은 아침의 햇살을 멍청하게 받고 서있다가, 고개를 돌려 바깥을 바라봅니다. 이제는 귤이 매달려 있지 않은 귤나무와 삐뚤빼뚤 용케도 균형을 잡고 서 있는 돌담길, 이름 모르는 새들 구구구구 지저귀는 소리, 꼬끼오 소리. 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 고개를 돌리면 멀리 보이는 제지기오름과 섶섬, 물고기 잡는 어선과 저 어디쯤 있다는 쇠소깍.

제가 새로 이사 온 서귀포의 효돈동은 한라산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동네입니다. 가까이에 변변찮은 마트도 없고 그 흔한 편의점도 한참을 걸어야 나오는 시골이지만, 맑은 날이면 한라산의 깨끗한 봉우리가, 밤이면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구급출동도 많이 없이 평화로운 것을 보면, 분명 이곳에 사는 주민들도 건강하고, 평화롭게 잘살고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으면 참 느긋한 성격의 사람이 되었겠군” 혼자 중얼거리다가, ‘푸쉬-’ 충전이 다 되었음을 알리는 기계 바람 빠지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공기통과 기계를 분리하였습니다. 묵직한 공기통 2개를 양손에 들고 소방차를 향해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사무실에서는 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납니다. 또 팀장님과 주임님이 티격태격 농담을 주고받았겠습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햇살과 바다의 풍광에 센터가 어디로 떠밀려갈 것만 같은데, 팀장님도 반장님들도 대책회의 한 번 열지 않고 느긋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