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s my dents in the universe

삼형제가 낙타 17마리를 나눠 가진 방법은?


어느 고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한 아버지가 삼 형제에 17마리의 낙타를 유산으로 남겼다고 한다. 단, 조건이 있었는데 첫째는 전체의 1/2, 둘째는 1/3, 셋째는 1/9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17이 2, 3, 9 어느 것으로도 나누어지지 않아 삼 형제가 골치를 앓고 있었단다. 그때, 마을의 어느 현인이 찾아와 자신의 낙타 한 마리를 빌려주었다. 현인이 빌려준 낙타 1마리를 더해 총 18마리의 낙타를 첫째가 1/2인 9마리, 둘째가 1/3인 6마리, 셋째가 1/9인 2마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삼 형제가 나눠가진 낙타는 모두 합해 17마리(9 + 6 + 2)가 되었고, 현인은 처음 빌려주었던 한 마리의 낙타를 타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한다.

언론/정치/기업이 가장 사랑하는 단어인 ‘MZ세대’는 ‘이 구분이 정말 세대를 잘 설명 해내는가’와 별개로 상업적으로는 굉장히 성공했다. MZ 세대를 해설해준다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MZ 세대와 소통하는 법에 대한 기업 강연이 불티나게 팔렸다. 어느 순간, MZ 세대라는 것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원래 타인의 생각과 행동은 이해하기 어렵고, 성장배경이 다른 사람은 특히 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MZ 세대’라는 난데없는 낙타 한 마리가 한 세대가 가진 특성을 설명 가능하게 했고(그 설명이 맞는지와 별개로), 많은 작가/강연자는 그걸로 밥벌이했다. MZ 세대 담론은 내재적 가치를 가지지 않았고 언젠가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사라질 테지만, 덕분에 많은 사람이 즐거웠다.

어릴 적의 나는 낙타 17마리 이야기를 읽고 매우 감동했다. ‘문제 상황에 주어지지 않은 가상의 무언가를 가져다가 문제를 해결하다니!’ 감동과 동시에,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 가정된 문제이고 정확하지 않은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문제 자체가 1/2 + 1/3 + 1/9 = 17/18인 것을 이용한 트릭이고, 17에 1을 더해 각자 9, 6, 2마리씩 가져간다고 해도 이는 17의 1/2, 1/3, 1/9이 아니니 아버지의 유언을 제대로 이행한 것도 아니다.

요즘엔 생각이 달라졌다. 모든 문제와 해설이 말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다. 허공에서 불러낸 낙타로 아버지의 유언을 좇았다고 믿어진다면 그걸로 됐다. ‘MZ 세대라서 그렇다’고 다름을 해석할 수 있게 됐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종합해서,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상정해서 세상이 제시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으로 변환했고 그 결과가 자신에게 만족스럽다면 그걸로 족하다.

우주에 별들은 그냥 존재한다. 사람들은 가까운 별을 선으로 이어 별자리라고 부른다. 인간은 그렇게 낙타 한 마리를 소환해 세상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가면서 살아간다. 삶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도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럴 땐 지금 나에게 필요한 낙타 한 마리는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무의미한 인생을 해석할 수 있게 해주는 그 무엇. 불가해한 대상을 명쾌하게 나누어 설명해버리는 그 무엇. 내 인생의 낙타 한 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