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진정한 여행>

바벨의 도서관이라는 개념에 대해 읽은 적이 있다. 보르헤스의 소설에 등장하는 이 가상의 도서관은, 무한히 많은 책들이 꽂혀있는 무한한 공간이다. 그 무한한 책장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자가, 조합이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적힌 책들이 꽂혀있다. 대부분의 책은 아무런 의미 없는 글자의 나열이다. 하지만 그 중에는 분명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한 글자도 다르지 않은 책도,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와 정확히 같은 책도 있다. 무엇보다, 그 중에는 인류가 아직 읽어보지 못한 가장 위대한 시가 담긴 책도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미와 파 사이의 음정을 치고 싶으면 어떡하지?’ 피아노의 음계는 인간이 임의로 결정한 것이지만, 실제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진동수의 종류는 훨씬 다양하다. 바벨의 도서관처럼, 무한한 진동수를 무한한 조합으로 제공하는 바벨의 유튜브 뮤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웹사이트에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과 한 노트도 다르지 않은 음악도, 모차르트의 교향곡과 동일한 음악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인류가 아직 들어보지 못한 가장 위대한 음악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음악은 미와 파 사이의 절묘한 진동수를 사용해야만 하는 음악이다. 인류는 인류가 가진 음계를 아무리 조합해도 결코 이 음악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면 어떡하지?

나는 인간 지성이 할 수 있는 일이 결국 어떤 ‘좋은 조합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면서 보고, 읽고, 듣고, 경험하는 것들이 특정 조합으로 만났을 때 얻어지는 인사이트. 어떤 조합은 인류사에서 너무 빠르고 쉽게 발견되었고, 이미 보편화되어 세상에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한다. 반면, 어떤 조합은 매우 낯설고 멀어서 매우 큰 충격을, 때로는 고양된 감정을, 혹은 극심한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뛰어난 지성은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조합을 빠르게 찾아내는 직관 혹은 휴리스틱이다. 하지만 인간은 너무 바빠서 무한히 많은 책을 읽고 음악을 들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인지력과 시간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적화된 시와 음악을 만든다. 그렇게 인류는 ‘가장 좋은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꽤 좋은 것’에 만족하게 되었다.

마우스를 최초로 발명한 더글러스 앵겔바트는 인간 지능 증강(Augmenting Human Intellect)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인간이 발명한 도구가 단순히 기능이나 유용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지능을 증강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계산기로 시작한 컴퓨터는 이제 인간의 작업 범위와 지능을 확장하는 도구로 발전했다. 컴퓨터는 우리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준다.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뛰어난 AI 알고리즘은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꾸는 변화의 시작은, 인류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는 데 있을 것이다.

올림픽은 단련된 인간의 신체가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인간은 얼마나 빠르게 달릴 수 있을까. 인간은 얼마나 높이 점프할 수 있을까. 바벨의 도서관은 우리에게 탐험되지 않은 무한한 조합 가능성의 세계를 떠오르게 한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장 위대한 지식. 아직 쓰여지지 않은 가장 훌륭한 시. 세상에 매우 큰 충격을, 고양된 감정을, 극심한 분노를 일으킬 조합. 분명히 존재할 것이 분명하지만 유기체가 가진 한계로 도달하지 못한 그곳. 도구의 발전으로 미래의 인간 지성이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