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s my dents in the universe

[왜 일하는가?]를 읽고


왜 일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기를 꿈꾸는가?

소프트웨어 업계는 번뜩이는 두뇌와 빠른 속도감을 가장 높은 가치로 내세운다. 그렇기에 소위 ‘천재 신화’가 강조되기도 한다. 1명의 천재 개발자가 100명의 평범한 개발자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내게 이 이야기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른 ‘일의 의미’를, 일순간 비교 가능한 숫자로 치환해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단순히 높은 생산성을 이룩하기 위해 일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일은 자아실현의 수단이고, 누군가에게는 자기수련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하고, 존재론적 질문을 잊어버리고 살기 위한 도피처가 되기도 한다. 요컨대, 일은 삶에 내러티브를 부여한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책의 저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왜 일하느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자신의 내면을 성장시키기 위해서.’ 가즈오는 성실하게 일하는 것, 우직한 근성이야 말로 인생을 가치있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자기 일에 매진하는 사람만이 훌륭한 기술과 높은 인격을 갖출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장인 정신’이 연상되는 구절이다.

‘왜 일하는가’에 대한 나의 대답은 무엇이 될까. 머리속에 떠오르는 대답을 적어본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희열이 있다. 지적 유희로 퍼즐을 푸는 것과 비슷하다.-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집에서 퍼즐만 들여다보고 있는 인생이 재미있을리 없다. 내가 풀고있는 문제가 누군가에게 가치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다.

저자 가즈오는 일하는 의미를 내면을 갈고 닦는 것에서 찾은 반면에, 나는 그 의미를 개인적인 즐거움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서 찾았다. 무엇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답을 찾아보았냐는 것. 쏟아지는 일을 처리하느라 ‘어떻게’라는 질문에 파묻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