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송길영씨는 스스로를 Mind miner, 즉 사람들의 마음을 캐는 광부라 소개한다. SNS에 사람들이 남기는 단어들을 긁어모아, 어떤 단어들의 언급이 늘고 줄었는지, 어떤 단어쌍이 함께 등장하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해 강연을 찾아듣기도 했고, 이전 저서인 [상상하지 말라] 역시 인사이트가 있어서 이번 신간 역시 구매했다.
[그냥 하지 말라], 제목의 의미가 갸우뚱하다.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뜻인걸까?’ 이전 저서의 제목이 [상상하지 말라] 였으니 일견 타당한 가설이다. 배송된 책을 집어들고 표지의 영문 제목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의문이 풀린다. Don’t just do it.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방점은 ‘그냥’에 있었다. 본문을 펼쳐서 저자의 주장을 더 자세히 들어보자.
SNS에 등장하는 단어를 분석하면 거대한 생각이 움직이는 방향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는 곳에 모든 관심과 자본이 집중되게 마련이다. 만일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4가지 키워드를 꼽아보자.
- 사회는 개인화될 것이다.
- 인간은 장수할 것이다.
- 매장은 비대면/무인화될 것이다.
-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될 것이다.
1-3번은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 사람에게 좋은 안내도가 될 것이다. 개인화되는 사회에서 회식형 술집을 개점하겠다는 계획은 현명하지 않다. 4번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의 과정이 기록되는 사회다. 앞으로의 사회는 더욱 더 철저하게 과정을 검증할 것이다. Facebook, Instagram, Github을 통해 우리는 기록을 남긴다. ‘취미가 운동’이라는 말보다 ‘나이키런 인증샷’이, ‘개발을 좋아한다’는 말보다 ‘1년 동안 매일 커밋을 남겼다’는 말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
투명하게 공개된 모든 과정을 확인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단순히 근면성을 평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이 왜 이 일을 했는지의 숨겨진 의도/철학을 보겠다는 것. 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일 아니냐고? 철학이 섹시하지 않은 브랜드는 매력적이지 않다. 퍼스널 브랜딩도 마찬가지.
나에게 두 가지 물음이 남았다.
- 나는 나의 업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업을 정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추측컨대, 명사로 떨어지는 직업/직군이 아닌, 동사로 표현되는 mission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현재 나의 직함은 ‘Backend Software Engineer’이지만, 이렇다 할 업은 없다. 나의 업은 무엇일까? 책상 맡에 적어두고, 일주일간 고민해기로.
- 내가 믿고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택오버플로우에 숨겨진 창립 철학(Area 51)이 있음을 알고 매우 흥미로웠던 기억이 난다. 결국 사람들은 제품이 아닌 철학과 이야기에 매료된다. 내가 믿고 있는 철학,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큰 틀에서 업과 만나게 될듯.